'주가 급락·감원' 궁지에 몰린 머스크, 인도 투자 보다 실적이 먼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방문 일정을 미뤘다. 최근 주가 급락, 직원 감원 여파로 안팎이 어수선해지자 방문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인도 총리실)머스크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안타깝게도 테슬라의 매우 무거운 의무로 인해 인도 방문이 연기됐지만 올해 말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오는 23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공개 후 날선 질문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주가는 전기차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150달러(약 20만7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약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전 세계 직원의 10%를 감원하기로 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머스크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머스크가 인도 방문 계획을 중단한 건 인도 진출 계획을 주도하던 공공 정책 담당 임원 로한 파텔이 최근 사임한 영향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머스크가 인도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3선 연임에 도전하는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에 20억∼30억달러(약 2조6900억∼4조35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X에 “인도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인도 방문을 시사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어 머스크의 방문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 했다. 인도는 이달 19일부터 44일간 총선거에 돌입했다. 3선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그간 이룩한 경제 성과를 평가받는 동시에 새로운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테슬라의 인도 투자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모디 총리의 총선 공약과도 맞닿아 있어 선거 기간 머스크의 방문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판매 부진으로 ‘성장 없는 성장주’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테슬라 역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머스크가 인도 진출과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씻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